무인(無人)의 나라, 일본(19회)
바이크로 둘러보는 일본견문록 / 이정재 박사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9/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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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첫날의 숙박지, 도토리현 ( 사진 제공= 이정재)



일본은 ‘자판기와 동전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부산항에서 일본 ‘시모노세끼항’의 배편에서도 경험하였듯이 자판기와 동전에 의해서 식사를 주문하고 음료수나 각종 물품을 살 수 있다.

 

사람에 의해 면대면으로 처리되는 경우보다는 사람과 기계의 주문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판기가 많이 사용되고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적다. 자판기의 사용에서도 신용카드나 지폐의 사용보다도 동전의 사용이 빈번하다.

 

 

▲인터넷을 통한 일본 숙소 예약 (사진 제공= 이정재)

 

 

일본 여행 숙소의 예약은 ‘부킹 닷 컴’이라는 인터넷을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였다. 첫날의 여행에서 오는 피로를 감안하여 첫날은 호텔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숙소 예약도 이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다. 호텔을 소개하는 사진을 보니 매우 깨끗하고 시설도 훌륭하였는데 요금이 약 4만 5천 원으로 매우 저렴 하였다.

  ▲일본 첫날 숙소 도토리현에 있는 무인호텔 '휴' (사진 제공= 이정재)



험난했던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숙소를 향해 달렸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달렸는데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도로변에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이크를 주차하고 호텔의 홀을 찾으려 하였는데 홀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말이 호텔이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텔’ 수준이었다.

 

 

▲ 일본 무인호텔의 외부 전경 ( 사진 제공= 이정재)

 

 

아무리 숙소의 이곳 저곳을 찾아 돌아봐도 근무하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 숙소의 불은 켜져 있고 간판에도 영업 중이라고 되어있는데 나와보는 사람도, 근무하는 직원도 보이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예약한 해당 호실을 찾아가니 해당 호실의 주차장이 따로 있고, 예약번호를 벽면에 있는 기계에 입력하니 비밀의 문이 열리듯 벽면이 갈라지며 좁고 높다란 계단이 보였다. 중앙주차장에 있는 바이크를 다시 끌고 와서 주차하고 짐을 챙겨 계단을 올라갔다.

 

숙소 옆 벽면에 요금 지불을 위한 자판기가 있었다. ‘역시 무인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판기에 해당 요금을 동전으로 투입하니 문이 열렸다.

 

 

▲ 깔끔하고 정갈한 일본 무인호텔의 내부 ( 사진 제공= 이정재)

 


숙소 안은 매우 깨끗하고 넓었으며 시설이 훌륭했다. 인터넷 사진에서 보는 그대로였고, 혼자 묵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짐을 정리하고 물을 받아 탕에 들어갔다.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리며 몸이 노곤해졌다. 잠시 탕에서 잠이 들었는데 잠시 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가운을 입고 문을 열었는데 일본식 옷(기모노)을 입은 웬 여자분이 문밖에 서 있었다. 이 호텔의 직원이며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숙박 요금은 자판기에 냈다고 했다. 그런데도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자판기에 이미 요금을 내었는데 뭔 요금을 또 내야 한다는 것인지. 한참을 이 문제로 옥신각신하였다.

 

“료오킨오 하라와나케베라 나리마세!(요금을 내셔야합니다!)”

 

“스데니 료오킨오 하랏테아리마스!(이미 요금을 냈습니다!) ”

 

“아노 지도오한바이키니 다시타 료오킨와 난데스까?(저 자판기에 낸 요금은 무엇입니까?)”

 

“료오킨오 하라와나케베라 나리마세!(요금을 내셔야합니다!)”

 

이 말의 무한 반복이었다.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서로의 목청이 높아졌고, 처음에는 상냥하고 친절했던 여직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급기야 눈에서는 레이저가 발사되고 붉은 입술에서는 피가 튀어나올 기세였다.

 

일본 여성들이 겉으로는 그렇게 친절하고 애교가 넘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차가울 수가 없다더니 감추어진 일본인의 본성이 드러나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서는 안 되겠다는 오기와 함께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에는 동참한다.’는 항일 정신으로 이 부당한 처사에 굳건히 맞서 싸워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불타올랐다. ‘내가 이런다고 순순히 물러나고 돈을 또 지불할 줄 아냐!

 

여기가 동남아만 돼도 불쌍한 마음에 적선한다 치고 돈을 또 줄 수도 있지만, 너희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동안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에 저지른 만행이 얼마인데 속도 없이 겁에 질려 돈을 또 낼 줄 아냐!’

 

“스미마세가 하야이데스까?(죄송하지만 빠루있습니까?”)

 

정중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파루와 도오시테 오사가시데스까?(빠루는 왜 찾으십니까?)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파아루데 아노 지도오한바이키오 아붓데 와타시노 코인오 도리타소오토 오모이마스.(빠루로 저 자판기를 뜯어서 내 동전을 꺼내려 합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자 별 이상한 놈 만났다는 듯 당황해하며 이 일본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하여 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단락이 되고 소중한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백여 년 전 일본의 부당한 국권 찬탈에 속절없이 당한 우리 조국의 억울함을 반복할 수 없는 일이고, 이리 맞서 싸우지 않으면 또다시 저들이 우리를 없수이 여겨 침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마치 지금의 수출 보복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를 찬탈하려는 시도에서도 알 수 있듯 저들은 언제든지 우리나라를 침략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첫날밤에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여행 내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밤새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불안한 마음에 방문 잠금을 단단히 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느들이 우리나라와 나를 쉽게 본 모양인데 우리나라가 힘없고 무지했던 옛날의 그 나라와 그 백성이 아니다.

 

앞선 놈이 뒷선 놈 되고, 뒤에 선 놈이 앞선 놈이 될 수 있다. 이것들이 세상 뒤바뀌어가는 줄도 모르고. 감히 어디에다 약을 뿌려! 에이, 고얀 놈들 같으니라고!’

 

 

 

 

[이정재 박사 프로필]

이정재 박사는 성산효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청소년전공2019년 문학 시선’ 에 상사화아리다’ 외 4편으로 신인문학상 수상과 시인으로 등단하였고같은 해 봄 샘터 문학에 아내의 졸업 외 1편이 당선되어 신인문학상 수상과 수필가로 등단했다.현재 인천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강화도 교동도의 섬마을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2021년 학생들의 글을 모아 우리 학급 온 책 읽기를 펴내었으며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를 꿈꾸고 있다저서로는 아리아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공저), ‘별을 보며 점을 치다.’(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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