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둘러보는 일본 견문록 ( 24회)
나가노 市에서 후지산까지 / 이정재 박사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11/12 [09:0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나가노시에서 후지산까지  [사진 제공= 이정재]



오늘의 일정은 나가노 市에서 출발하여 후지산에 도착하는 코스로 이동 거리는 약 230km이고 소요 시간은 약 5시간 정도이다.

 

이곳도 어제 이동하였던 코스와 마찬가지로 험난한 일본의 중부 산악 지대를 관통해야 한다.

 

일본 남쪽의 해안에 가까운 후지 市는 일본의 후지산이 위치하고 있다. 후지산은 높이가 3,776m로 우리나라의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의 높이인 2,744m를 훨씬 능가하는 산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이라 할 수 있다.

 

후지산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산으로 일본의 상징이고 정신이며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많은 문학과 예술의 원천으로서 일본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가노 市에서 고텐바 市로 가기 전에 먼저 후지산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나가노 市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였다. 출발할 때의 날씨는 맑았지만 후지산이 있는 후지 市의 날씨는 흐리고 경우에 따라서 비가 올 수도 있어 다소 걱정이 되었다.

 

산길을 달리고 달려도 보이는 것은 푸르고 푸른 산과 높고 높은 하늘이 대부분이었다. 간간이 마을과 도시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산들이었다.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 강원도의 깊은 산속을 달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며 일본은 역시 산이 바다와 같은 ‘山海의 나라’라는 생각을 하였다.

 

 

▲ 일본 후지산 아래에서 본 하늘 [사진 제공= 이정재]

 

 

오랜 시간을 달리니 저 멀리서 하늘과 맞닿은 듯 높은 산봉우리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 ‘후지산’이었다.

 

점점 더 다가갈수록 그 후지산의 위용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아올렸다는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해 용솟음치는 산의 형상은 거대한 건축물과도 같았다.

 

좌우의 균형을 맞추어 차곡차곡 쌓아올린 피라미드에 나무를 심어 녹색으로 채색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높이 쌓아올리기 위해 높은 산의 높이만큼이나 주변의 넓이도 어마어마했다.

 

당초에는 바이크로 산의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정보에 따라 산의 중턱까지 올라가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후지산의 출입을 담당하는 직원의 말에 따르면 바이크는 지정된 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후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갈 수 있다고 하였다.

 

네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후지산의 출입구 몇 곳을 둘러봐도 같은 대답이었다. 마침 날이 흐려 비도 올 것 같아 바이크를 타고 후지산의 중턱을 올라가는 일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아쉽기는 해도 후지산 아래의 둘레 길을 돌아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사실 후지산이 워낙 넓어 산의 아래 둘레 길을 돌아보는 것도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다 돌아보지도 못했다.

 

 

 ▲일본의 후지산 [ 출처= 픽사이베이]

 

 

후지산 주변의 둘레 길은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같이 화산이 분출하여 생겨난 산으로 여러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느낌은 매우 달랐다.

 

한라산 주변에는 많은 마을과 도시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리 외진 곳이라는 느낌은 없으나 후지산은 그렇지가 않았다.

 

마을도, 도시도 별로 없는 산간 오지 중의 오지라는 느낌과 참으로 적막하고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드넓은 일본 후지산의 대지와 하늘 [사진 제공= 이정재]

 

 

그렇게 후지산의 주변 둘레 길을 돌아있는 중에 염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후지산에 도착할 때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하늘이 흐려지더니 후지산에서 길을 헤매고, 한가로이 주변을 돌아보던 중에 그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는 양동이로 물을 내리 퍼붓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얼마나 비가 많이 오던지 적당한 곳에 바이크를 세우고 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주차장이나 캠핑장 등이 있어 건물에 몸이라도 비를 피하고 싶었으나 도통 보이지를 않았다. 하다못해 길가의 아름드리나무라도 있어 그 아래서 이 세찬 비를 피하고 싶어도 그런 곳도 없었다.

 

게다가 길에는 비예보가 있어서 그랬는지 지나가는 차량도 없고 나 혼자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밀림에 혼자 남겨져서 길을 헤매고 있는 길 잃은 어린 짐승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장대같은 비가 속히 그치기만 기다리며 앞으로만 나아갔다.

 

쏟아지는 빗물에 앞이 보이지를 않아 실눈으로 흐릿해진 시야를 헤치고 빗길에 넘어지거나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비가 멈췄다. 비가 멈췄다기보다는 비가 내리는 지역을 벗어난 것이다.

 

신기하게도 비가 오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칼에 잘린 두부처럼 그렇게 명확할 수가 없었다. 그 경계선에서 서면 한쪽 발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른 한 발에는 햇살이 떨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내리퍼붓던 비가 그 옆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후에 일본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구름 한 점 없이 날이 맑아 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가도 한참을 달리다 보면 장대 같은 소낙비가 내려 온몸이 젖고, 오늘은 맑은 날이 없겠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다시 비가 쏟아진다.

 

비에 흠뻑 젖은 옷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길을 달리면서 말리고, 그러다가 다시 젖고 다시 말리고... 일본의 여름날씨는 참으로 기이하다는 경험을 하였다. 어찌되었든 일본의 후지산은 일본인들이 말하는 ‘영산(靈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나라 한국에서 불온한 생각을 품고 일본을 정탐하러 온 나를 어찌도 이리 용하게 알아보고는 경고라도 하듯 시험에 들게 한 것을 보아도 일본의 후지산이 ‘영산(靈山)’인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산이며 그 주변이 ‘후지게’ 보여도 그 속이나 영험함은 함부로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재 박사 프로필]

이정재 박사는 성산효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청소년전공2019년 문학 시선’ 에 상사화아리다’ 외 4편으로 신인문학상 수상과 시인으로 등단하였고같은 해 봄 샘터 문학에 아내의 졸업 외 1편이 당선되어 신인문학상 수상과 수필가로 등단했다.현재 인천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강화도 교동도의 섬마을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2021년 학생들의 글을 모아 우리 학급 온 책 읽기를 펴내었으며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를 꿈꾸고 있다저서로는 아리아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공저), ‘별을 보며 점을 치다.’(공저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메일로 보내기인쇄하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드타임즈

‘편스토랑’ 김호중, 기상 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