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와 바이칼호수(41회)
명예광장과 아무르강변공원 / 오수열교수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11/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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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재촉하는 가이드에 이끌려 우리가 찾은 곳은 ‘명예광장’이었다.

 

이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이곳 출신의 병사들을 기념하는 추모비와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한 ‘영혼의 불꽃’이 있었다. 무려 32,662명에 이르는 병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이 지역 병사들의 추모비에서 [사진 제공= 오수열]

 

 

우리의 경우는 유명한 전투를 기념할 때도 장군을 크게 부각시키고, 병사들은 거의 지나치기 일쑤인데, 이토록 3만 명이 넘는 병사들의 이름을 모두 새겨 놓다니 그저 감동이다.

 

하기야 국립묘지에도 ‘장군묘역’과 ‘병사모역’의 크기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는 곳이 대한민국이고, 대통령 묘역 한곳에 일반 병사묘 근 100기(基)를 안장하고도 남을 곳이 우리나라 아닌가!

 

명예의 광장을 나서 시원원 강(江)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바로 아무르강의 ‘강변공원’에 닿는다.

 

▲ 아무르강변 공원  [사진 제공= 오수열] 

 

 

도시가 강을 끼고 있다는 것은 축복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구 60여만 명의 도시가 이토록 드넓은 강, 특히 넓은 백사장을 지닌 강을 가지고 있다니….

 

우리는 백사장을 걷기도 하고 나무 그늘 밑에서 쉬기도 하면서 이국의 정취를 만끽하였고 정봉연 회원이 배급해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어디 경계가 있으랴만, “저기 너머는 중국 땅이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동북아 국제관계의 지형과 현실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강위의 하늘에 떠있는 뭉개구름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취해 있는 나의 시선에 8등신 미녀 한명이 모래 사장 위를 걷는 모습이 들어온다. 말로만 듣던 '전형적인 러시아 미녀'의 뒷태이다.

 

생각같아서는 뒷모습이라도 카메라에 담아 놓고 싶었지만, 명색이 한국의 지성인(知性人)임을 자부하는 사람으로 그리할 수도 없고 뇌리에만 간직하기로 하였다.

 

이제 간단한 저녁식사 후 다음 여정지인 이르크추크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바롭스크에서 이르크추크까지의 야간비행을 위해서다.

 

 

▲ 이르크추크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하는 모습 [사진 제공= 오수열]

 

 

이르크추크공항에 도착하니 우리의 남은 여정을 책임지기로 한 허경수 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를 ‘바이칼 비즈니스센터호텔’로 인도한다.

 

호텔이름에서부터 우리가 바이칼호수에 매우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7월 29일(토) 조식 후 이번 여행의 최대 관심지인 바이칼호수의 알혼섬으로 가기 위해 전용버스에 탑승하였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샤휴르따’라는 선착장으로 가야하는데 버스로 5시간을 달려야 했다.

 

불가피하게 점심은 도로 중간지점에 위치한 휴게소 겸 식당에서 해결해야만 했는데, 주변 환경 및 시설 그리고 음식 등이 마치 30년 전 중국 동북지역을 답사할 때 들렀던 시골식당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 샤휴르따 선착장으로 가는 길 주변의 광활한 초지 풍경 [사진 제공=오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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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에서 샤휴르따까지의 도로를 달리면서 러시아는 정말 ‘광활한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국도 넒은 나라이고, 중국도 넒은 나라이긴 하지만 대여섯 시간을 달리면서 주변에 산(山) 같은 산을 구경할 수도 없고, 제대로 된 마을을 찾아볼 수도 없는 가운데 오직 넓은 초지(草地)만 계속되지는 않는가. 참으로 ‘망망대해’ 같은 초지와 황무지의 연속이었고, 간혹 방목하는 말(馬)들만이 눈에 띨 뿐이었다.

 

▲ 드넓은 초원 위의 목장  [사진 제공=오수열 ]



  

* 이 글은 오수열 교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볼 수도 있습니다. 

 

 

 

▲ 오수열 학장    

이 글을 쓴 오수열 교수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조선대학교에서 사회과학대학장기획실장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정년 퇴임하였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광주유학대학 학장, ()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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