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와 바이칼호수(43회)
샤머니즘의 고향 불한바위 / 오수열 교수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11/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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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이곳의 대표 관광지이자, 우리 민족의 시원지로 최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불한바위’를 찾아갔다. 

 

전 세계 샤먼들의 최고 성소(聖所)로 또는 ‘칭기스칸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불한바위는 부략트족 언어로는 부르칸(burkhan)으로 창조주를 의미한다고 한다.

 

 

▲ 불한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사진 제공= 오수열] 



이 불한바위 아래에는 길이 12m, 넓이 4.5m의 동굴이 있는데 이곳 원주민들은 이곳에 ‘에진’(부랴트어로 神)이 살고 있다고 믿어 매우 신성시했다.

 

이곳을 우리 민족의 시원과 연결 짓는 주장은 부르칸이 우리말로는 ‘밝은 칸’, 곧 天神(단군)이 되고, 부랴트족의 시조 가운데 한 명이 南下하여 韓民族의 시조인 부여족이 되었다고 한다.

 

불한바위에 있는 많은 바위 가운데 하나는 동전 등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력(磁力)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원주민들에게는 신비하게 인식되었지 않았을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보다 가까이에서 불한바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언제 왔는지 이윤정 박사가 나타나 사진을 찍어준다.

 

▲ 세계 무속인이 꼭 찾았다는 불한바위 앞에서 [사진 제공= 오수열] 

 

 

​어떻든 지금도 불한바위로 내려가는 언덕에는 오방색 실타래들이 묶여있는 나무기둥들이 곳곳에 박혀 있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무속인들이 찾아와 기도와 굿을 한다고 하니 그 오묘한 내력을 어찌 다 파악할 수 있겠는가.

 

▲ 불한바위 근처의 오방색 실타래 기둥 앞에서  [사진제공= 오수열] 

 

 

내려갈 때는 힘든줄도 모른 채 달려가듯 했는데 가파른 언덕을 올라 오는것은 어찌나 덥고 힘든지. 일년 내내 꽁꽁 얼어붙은 설원이라는 생각으로 찾아온 시베리아에서 드넓은 초원 위의 목장을 구경하는가 하면 언덕을 올라오면서 땀을 뻘뻘 흘려야만 했으니, 이곳이 과연 시베리아가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알혼섬까지는 함께 갔지만, 그곳에서 어느 곳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각자의 관심영역과 지적(知的) 호기심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가픈 숨을 물아 쉬며 언덕에 올라오자, 저 건너 언덕 위의 예쁜 카페에 앉아 쉬고 있던 일행이 빨리 오라며 손짓한다. 그곳 벤치에 앉아 맛있는 냉커피와 아이스크림의 맛에 취해 짙푸른 바이칼호수를 바라보는 호사를 누렸다.

 

▲ 바이칼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사진 제공= 오수열] 

 

 

​그런데 참 이상하다. 체력의 한계를 탓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왔는데도, 땀이 금새 가시고, 전혀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바이칼호수와 불한바위가 주는 ‘신령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원한 음료수로 몸을 추스린 후 숙소로 돌아가는데 저 밑의 강가 백사장에서 김형수 교수 등 몇이서 물장난에 빠져있는 모습이 목격되어 우리도 그쪽으로 이동해 보기로 하였다. 어릴 적 성장환경이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완도 태생인 김형수 교수는 반바지 차림으로 이미 물놀이에 정신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그래서 그 물을 그냥 먹어도 전혀 이상이 없다는 바이칼 호수에서의 물놀이라니, 이러한 호사가 또 있겠는가. 나 또한 강물에 손을 담가 한 웅큼 목을 추겼다.

 

 

▲ 알혼섬의 백사장에서 [사진 제공= 오수열]

 

 

맑디맑은 바이칼호수의 청정수 한 움큼 마시고 건너편을 바라보니 햇볕 따가운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겸한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있는 서양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가 빨리 지는 까닭에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국가 사람들이 햇볕만 보이면 일광욕을 즐긴다는 것이 사실인것 같다.

 

▲ 알혼섬의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러시아인  [사진 제공= 오수열]  

 

 

여행에서 맛 볼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은 색다른 음식과의 만남일 것이다. 연해주의 최대 진미(眞味)는 ‘킹크랩 요리’라는 귀동냥을 잔뜩 들었던지 일행 모두가 이르크추크에서 부터 잔뜩 들떠 있었다.

 

알혼섬에서의 민박집에서는 간단한 식사만 제공하니 여행자 스스로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만찬은 이르쿠츠크의 어시장(魚市場)에서 구입해 온 ‘킹크랩 파티’로 치루기로 했던 터이다.

 

다행히 민박집에서 주방기구들을 빌려주기도 하고, 삶는데도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순박한 시골의 민심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개발붐 속에서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개발과 발전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언젠가 소설가 황석영의 『노띠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전라도 지방의 순박한 인심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정겨운 시골풍경 등이 특유의 글솜씨로 잘 묘사되어 있는 책이다.

 

훗날 내가 다시 이곳을 찾을 때는 이러한 ‘민박집’은 자취를 감추고 현대식 호텔이 들어서 있을지도 모른다. 직접 구입해온 킹크랩을 삶아 먹는 대신 호텔의 뷔페식을 먹어야 할 것이다.

 

▲ 저녁 만찬을 즐기는 일행들 [사진 제공= 오수열] 

 

 

땅이 넓은 나라의 북태평양에서 잡혔을 킹크랩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불구하고 한민족(韓民族)의 위대한 식성은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사방에서 “더 없는냐?”는 소리로 이어져 나온다.

 

일찍이 버틀랜드 러셀이 인간의 욕망 가운데에서도 첫 번째로 ‘식욕’(食欲)을 꼽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서 선인들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늦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일행들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내일 아침에는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 이 글은 오수열 교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볼 수도 있습니다. 

 

 

 

▲ 오수열 학장    

이 글을 쓴 오수열 교수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조선대학교에서 사회과학대학장기획실장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정년 퇴임하였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광주유학대학 학장, ()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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