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 덕유산, 눈꽃을 피우는 겨울나무를 보라 [ 본문 중에서] ⓒ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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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2박 3일 흰눈 쌓인 무주 덕유산 산행을 했다. 최고봉인 향적봉을 오르면서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겨울산행의 즐거움을 한편의 시로 표현했다.
[ 겨울산행]
푸르른 것은 하늘이요, 새하얀 것은 산이로다.
하늘이 푸르르다 못해 검프르고,
산이 새하얗다 지쳐 색 바랜 무색이 되었구나.
푸르름을 머리에 이고 새하얌을 발 아래 두고 걷노라.
걷는 이가 나인지 하늘인지 산인지 모르니
이 또한 겨울산행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 푸르름을 머리에 이고 새하얌을 발 아래 두고 걷노라 [ 본문 시 중에서] ©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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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길에 바람 불고 함박눈 내리니 겨울산행하는 내 동무가 몇이던가.
함께 걷는 이 겨울산행에 내 동무가 어디 저 둘 뿐이랴.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산이 없다 하였던가.
정상에 오른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정상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만날 수 있는 동무들이 이렇게 즐비하거늘
굳이 오를 까닭은 무엇인가.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은 아닐런가.
걷다가 내 좋은 벗들을 만나면 거기에 머무는 것이 산이 아니겠는가.
산허리에 우뚝 솟아 겨울칼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눈꽃을 피우는 겨울나무를 보라.
피하지도 오르지도 않는 저 겨울의 나무를 보라.
나 또한 저 겨울의 나무를 닮아 내 삶의 정상을 고집하지 않으리라.
적당한 내 삶의 지점을 찾아
저 겨울나무들처럼 세상의 모진 풍파를 피하지도,
더 나은 곳을 찾아 오르지도 않으면서 내 삶을 꽃 피우리다.
▲ 산허리에 우뚝 솟아 겨울칼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본문 시 중에서] ⓒ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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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겨울나무들처럼 세상의 모진 풍파를 피하지도, 더 나은 곳을 찾아 오르지도 않으면서 내 삶을 꽃 피우리다. [ 본문 시 중에서] ⓒ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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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 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 가는길 ⓒ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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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 덕유산 아래 위치한 무주리조트 스키장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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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시인은 성산효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청소년전공) 2019년 ‘문학 시선’ 에 ‘상사화, 아리다’ 외 4편으로 신인문학상 수상과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같은 해 봄 ‘샘터 문학’에 ‘아내의 졸업 외 1편이 당선되어 신인문학상 수상과 수필가로 등단했다.
현재 인천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강화도 교동도의 섬마을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2021년 학생들의 글을 모아 ‘우리 학급 온 책 읽기’를 펴내었으며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를 꿈꾸고 있다. 저서로는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공저), ‘詩, 별을 보며 점을 치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