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초대 (25회)
오수열(조선대 명예교수·한국 동북아학회 이사장)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3/10/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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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진= 오수열 교수 제공 ]



살아가면서 여러 형태의 초대를 받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고관대작으로부터 “식사나 함께 하자”는 제의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교수님, 저희들이 직접 마련한 자리이니 꼭 와주시라”는 초대를 받기도 한다.


초대에 담긴 의미와 내용 또한 천차만별이다. 거의 은혜랄 것도 없는 조그마한 성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그걸 잊지 못해 “조그마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어렵게 초청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별로 친밀하지도 않는 처지인데 참석해보니 쉽게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꺼내놓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체적으로 평소에 전화 한통도 없던 사람이 느닷없이 전화하여 마치 죽마고우나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점심이나 하자고 하는 경우는 대개 뒷입맛이 씁쓸할 만큼의 대가성(代価性)이 내재되어 있는 때가 많다.


나는 며칠 전 아주 특별하고 감동적인 점심 초대를 받았다. 다름 아닌 우리 사회과학대학 건물의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섯 명의 아주머니들로부터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그동안 사회과학관의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섯 명의 아주머니들과 한명의 아저씨가 쉬는 시간에 휴식을 취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 불편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이 50대 중반을 넘은 분들이니 겨울철에 겪는 고통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된 업무 도중에 조금은 따뜻한 곳에서 몸을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 않았겠는가.


언젠가 실무자로부터 그러한 고충과 함께, 그분들이 보다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쉼터’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어찌 그러한 건의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즉석에서 “그렇게 해드리도록 하라”는 승낙과 함께 “이왕 해드릴 바에는 아주 훌륭하게 해드리도록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현장을 둘러보는 등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돈이면 호랑이 산 눈썹도 빼 온다”는 말처럼 얼마간의 돈을 들이니 환경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자 몇 개 놓여 있던 기존의 휴게실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한쪽 조그마한 공간은 아저씨 한분의 휴게실로 만들고 아주머니들이 사용할 공간은 둘로 나누어 앞부분은 바닥에 전기 판넬을 깐 방으로 개조하였고 뒷부분은 입식부엌으로 만들어 간단한 취사가 가능하도록 꾸몄다. 매우 아늑한 공간이 마련된 것을 보고 아주머니들이 좋아했을 것은 불문가지가 아니겠는가.


이리하여 아주머니들이 새롭게 마련된 휴게실에서 직접 마련한 반찬으로 점심을 한 끼 대접하겠다고 초청한 것이니 이를테면 ‘방들이’를 하겠다고 한 셈이다.


체면 차리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명색이 학장이라는 사람이 미화원 아주머니들 휴게실에 들어가 점심 대접 받는다”고 비난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흔쾌히 그리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승낙하였고, 정해진 시간에 미리 준비한 간단한 선물을 들고 실무자와 함께 방문을 노크하였다.


아주머니들의 환대 속에 방에 들어서니 아늑하기가 마치 시골 장작 불 땐 안방 같았고, 상(床)도 없이 방바닥에 깐 신문지 위에는 정성스레 마련한 반찬과 함께 오리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린 것도 없는데 오시라고해서 죄송하다”는 아주머니들의 말씀에 나는 “좋은 방에 입주(入住)하신 것을 축하드린다”는 인사말로 화답하였다.


실로 오랜만에 받아본 기분 좋은 초대에 오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2013년 작)

 

 

▲오수열 교수 © 위드타임즈

[오수열 교수 프로필]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조선대에서 법인사무국장, 사회과학연구원장, 사회과학대학장, 기획실장, 정책대학원장,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정년퇴임하였으며, 민주평통상임위원, 성균관 자문위원, 광주유학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한국 동북아학회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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