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래 학교는 체험의 장소
남해 상주중학교 사례 / 강미선 교육학박사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3/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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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중학교 도담도담 복합문화 공간( 출처=상주중학교 밴드)


4차산업 시대 AI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오늘날 학교는 억압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창의적 사고는 인재의 핵심역량으로 과학자나 예술가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활용되어야 할 토양 분이다.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육의 목적은 다르다. 최근의 학교 교육은 혁신 능력을 키우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학교 밖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 오르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이론적인 패러다임만 무성할 뿐 아직도 교육의 현장에서는 헤게모니적 기제로 작용하여 억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의 공교육 문제점, 학교폭력과 학교 붕괴 등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대안 교육에 관한 관심이 1990년 중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대안학교는 영국의 교육자인 닐(A. S. Neill)이 1921년 설립한 서머힐 스쿨(Summerhill School)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안학교는 1997년 경남 지리산 자락에 ‘간디청소년학교’를 시작으로 삶이 곧 학습이라는 교육철학을 중시하는 대안학교들이 이때부터 하나둘씩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대안학교의 기능은 제도권 학교 교육의 문제점 보완이 아니라 삶이 행복한 미래학교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학습활동의 다양성과 학생 자율권의 확대로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학력을 인정해주는 자유로운 교육이념을 지향하는 인가형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는 2020년 전국에 17개교가 있다.

 

2020년 교육부에서 주최한 농어촌 ‘참 좋은 작은 학교’ 공모사업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된 남해 상주중학교는 인가된 전국 대안학교 17개교 중의 하나로 경남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이다.

 

 

 ▲ 마음깨우기 명상  ( 출처= 상주중학교 밴드)     

 

상주중학교는 1953년 상주고등공민학교로 인가받아 발전되어 오다가 최근 입학할 아이들이 없어 개교 60년 만에 폐교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2014년 여태전 교장이 상주중학교에 취임하면서 상주중학교는 대안적 교육 방법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여태전 교장은 산청 간디학교와 공립 대안 교육 특성화 학교인 태봉고등학교를 행복학교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상주중학교는 2015년 경남 최초의 대안 교육 특성화 중학교로 지정되면서 입학할 아이들이 없던 마을에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하였고, 2021년에도 입학생 30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하고 있던 지역 주민들은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대안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없어지면서 상주 지역에서 중요한 교육기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교육 3주체 회의에서는 학교 운영에 관해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교사 한 명과 학생 네 명으로 구성된 다섯 손가락 결연 식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이 되는 의미 있는 활동이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해양수업, 뇌를 깨우는 아침 산책과 명상 시간, 맨발 걷기, 지리산 종주와 제주도 5박 6일 이동학습,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단된 3학년 몽골 졸업여행 등 학습활동이 대부분 교육과 삶이 일치하는 체험 위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프로젝트 학습발표회는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배우고 활동했던 내용이나 관심사를 학생 스스로 정리해서 부모님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이다.

 

▲ 제주도 이동학습   ( 출처=상주중학교 밴드)    


3학년 졸업논문 발표 때 여태전 교장은 “봄꽃들이 피어나듯 바람이 불 듯 소리도 없이 곡식이 익듯 변화가 홀연히 찾아왔다는 걸 다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졸업생의 인터뷰에서 ‘졸업해도 다시 오고 싶은 고향 같은 학교다.’라고 말할 만큼 학생의 말 속에서는 제도권 학교 졸업생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상주 지역에서는 상주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폐교 위기에 있던 상주초등학교까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등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을까지 빈집이 사라져가고 있다. ​

 

상주중학교는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설령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공동체 회의와 교육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으로 거의 모든 문제가 스스로 해결된다.

 

이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인간적인 관계 형성과 인격적 대면을 통해 원만하게 소통되고 해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학교 교육의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 3주체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학교는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공간 혁신의 실험 정신이 제도권 학교 교육에서 지향해야 할 미래 학교의 모습이라 하겠다.

 

학교의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 즐겁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이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은 몰입과 열정으로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된다.

 

따라서 미래 학교의 역할은 ‘지식'을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서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우고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협력을 배우는 체험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강미선 교육학 박사 

이 글을 쓴 강미선 박사는 경남대학교에서 미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석.박사를 취득했다. 미술은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고 창의적 인재를 완성하는 무기로 생각하고, 미술과 평생 교육기관을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미술관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에 관심이 많아 주민자치회와 뉴딜 도시재생사업 집행위원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그림 작업과 '보다 예술교육연구소'를 경영하며 학교와 다양한 기관에서 미술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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