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의 진주, 앙코르와트 (7회)
오랜 내전과 삶의 군상들... 오수열교수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3/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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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년의 방치 가운데 거대한 나무뿌리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앙코르와트  © 오수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역사적 유산을 지닌 국가들의 오늘이 대단히 피폐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에서도 그러한 상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캄보디아에 첫발을 딛고 시내로 들어가면서부터 느끼기 시작한 감상들은 그 나라를 떠날 때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유일한 프놈펜대학교는 거의 텅 빈 채 을씨년스럽게 형상만 남아 있었고, 또 하나의 유일하다는 기술전문대학에도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30년에 가까운 내전은 지금도 거리마다 탱크가 질주하는 모습을 남기고 10m 내외의 간격으로 경찰들이 경비하도록 하는 사회불안을 유산으로 남겼다.

 

지금도 산악지대에서는 크메르루주가 출몰하여 정부군과 총격을 일삼고, 정부군은 정부군대로 쿠데타가 빈발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앙코르 유적지를 둘러 볼 때도 입구부터 시종 3명의 무장경찰이 호위한 데에서도 이 지역이 치안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 준다.

 

말이 무장경찰이지 15살쯤 되어 보이는 가냘픈 소년들이 제복을 입고 총을 들었을 뿐이다. 담배 한 개비씩을 권하니 그렇게 좋아하며 받아 피우는 모습에서 그들의 순박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를 따라다니며 서투른 영어로 쉬지 않고 앙코르 문화를 설명해 준 소년들, 마지막에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필자가 지닌 볼펜 한 자루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값싼 볼펜이라도 한 다스 준비해 가는 건데……. 못내 아쉽고 미안한 생각뿐이다.

 

 

▲ 앙코르와트의 폐허 속에서 놀고 있는 세 살배기 소녀 © 오수열 

 


앙코르와트의 폐허 속에서 더위를 피해 놀고 있는 세 살배기쯤 되는 맨발의 소녀에게서 우리는 캄보디아의 오늘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 그 고사리 같은 손에 1달러짜리 지폐를 쥐여 주니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고 있는 그 모습, 그 애에게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암(沙岩)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언젠가는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앙코르 유적과 재정난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보수나 복원을 거의 포기한 채 유네스코의 지원 아래에 응급처리에 만족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곳에 더욱 많은 관심을….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캄보디아의 오늘을 가져온 내부 정쟁(政爭)과 이와 결탁한 주변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정책에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인구의 4분의 1을 살해한 폴포트의 킬링필트(Killing Field), 국민은 아랑곳없이 외국으로 떠돌며 정쟁만을 부추겨온 시아누크, 평화유지를 가장하여 가난한 국민에게 일제(日製) 맛만 잔뜩 들여놓고 떠나 온 구호단체들, 이들은 캄보디아인들에게 무엇을 주려고 했을까.

 

도시의 백화점, 시골 장터 할 것 없이 포진하고 있는 타이거 맥주(Tiger Beer:필리핀계 회사임)의 간판들, 거의 모든 도로를 꼭 메우고 있는 쓰리파이브(555:동남아인들이 특히 이 담배를 좋아함)를 비롯한 양담배의 간판과 가판대들……. 아마도 프놈펜 인구의 10분의 1은 담배장수가 아닐까 싶다.

 

국민소득 300달러의 이들이 피워대는 양담배 연기 속에 캄보디아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등 뒤에서 웃고 있는 필립모리스의 넉넉함이 자꾸 연상된다..

 

어디를 가든 그 나라의 문화를 접촉하기 가장 쉬운 곳은 역시 서점이 아닌가. 그러나 수도 프놈펜 어디에도 서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겨우 중앙시장(Grand market) 앞의 가판대에서 몇 권의 자료를 사고 보니 그것도 모두 홍콩 등지에서 출판된 것뿐이었다.

 

 

▲ 프놈펜 외곽의 무장탱크, 밑에 기관총이 보인다  © 오수열 

 


곳곳에 탱크와 기관총이 포진하고 있는 프놈펜거리와 우리와는 아직 영사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굳게 닫힌 북한대사관의 철문….

 

그럼에도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지닌 캄보디아에 대해 우리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점쳐 보면서 언젠가 이곳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활개 칠 날을 상상하면서 귀국길에 올랐다.(끝)

 

 * 다음 회는 인도편이 연재됩니다.

 

 * 이 글은  오수열교수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knea96/220916040095

 

 

  오수열 학장 

이 글을 쓴 오수열 교수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조선대학교에서 사회과학대학장, 기획실장, 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정년 퇴임하였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광주유학대학 학장, ()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 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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