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고향 중국 취푸(曲阜) (19회)
황하(黃河)를 품은 도시 / 오수열 교수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6/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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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유학대학생 공맹유적지 답사  © 오수열 

 

 

40여년을 가르치던 대학에서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인생 만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고심하던 중 “학장이 공석이라며 봉사해 주실 수 없겠느냐.”는 광주향교의 요청으로 유학대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 2018년 3월이었다.

 

유학대학이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주로 공부하는 곳이니,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공자님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 취푸를 수학여행지 삼아 다녀오는 것이 관례였고, 이는 2018년에도 시행되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필자가 직접 학생들을 인솔하지 못하였고, 교무처장에게 대신 다녀오도록 하였는데, 금년에는 필자가 인솔책임을 맡기로 하였다.

 

일정은 공자님 유적지 외에도 맹자님 유적지까지도 함께 들르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의견에 따라 4박 5일로 정하여 졌고, 경비의 절약을 위하여 유학대학 학생 외에도 참가를 희망하는 남도포럼 회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더해 작년에 맹자님 유적지를 들르지 못했다며 동행을 희망하는 교무처장을 포함시키다 보니 그 규모가 24명에 이르게 되었다.

 

​2019년 6월 22일 새벽 4시 우리 일행을 태우고 광주향교 주차장을 출발한 리무진 버스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거의 10시가 되어서였다. 중국항공을 이용하면 경비가 다소 절감될 수 있다는 여행사 측의 제안에도 가능하면 국적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의견에 따라 대한항공 KE847편에 몸을 싣고 활주로를 이륙한 것이 오후 1시 10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 산동성의 중심 도시 지난(濟南)공항에 도착하였다.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백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조선의 사신(使臣)들이 한양을 출발하여 크게 차이나지 않는 거리인 베이징(北京)까지 갈려면 며칠이 소요되었을까?

 

​지난을 포함하여 취푸는 공자유적 답사차 이미 25여년 전 다녀갔던 지역이고, 지난 30여 년간 동북아지역 답사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며 수 십차례 발걸음을 했던 대륙이니 낯설음이야 있겠는가만 20여 명의 여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필자를 편안케 하지는 않았다.

 

이륙을 앞두고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대륙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황하(黃河)를 품은 도시가 지난’이란 말이 있듯이 도도히 흐르는 누런 몸짓 사이에 성냥갑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새롭게 도약하는 대륙의 발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관장하기로 한 박송효 사장은 유학대학의 학생으로, 작년에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2년 연속 취푸를 방문하게 된 셈이다. 지난 공항에 도착하니 작년에도 안내를 맡았다는 조선족 현지 가이드 김학봉 군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차 속에서 간단한 중국 소개를 들으며 첫 숙박지인 타이안(泰安)으로 향하기 전에 산동성의 유물이 총집합되어 있다는 ‘산동박물관’으로 안내 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춘추전국시대의 흔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전 3대 즉, 하(夏) · 은(殷) · 주(周)의 웅장한 유적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일찍이 동양정치사상사를 공부하면서 접하였던 공자가 노자(老子)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는 고사를 보여주는 탁본 그림에서는 옛 성현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감개가 무량하기도 하였고, 이제 곧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없지 않았다.

 

​지방도시에 있는 박물관인데도 대륙의 나라답게 규모가 큰 박물관이어서 주마간산으로 둘러보는데도 벌써 필자를 포함하여 적지 않는 일행들이 앉을 자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기미를 알아챈 남도포럼의 조규봉 공동대표가 어느새 시원한 얼음과자를 구해와 우리들의 원기를 북돋아 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뜨거운 대륙의 햇살이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가운데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1시간 여를 달린 끝에 취푸에 가장 가까운 도시인 타이안에서 가장 좋다는 포포인트 쉐라톤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 포포인트 쉐라톤호텔  © 오수열 

 


저녁에 보는 타이안의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마치 그림에서 본 스위스의 작은 도시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산세(山勢)를 배경으로 자리해 있는 건물들이 참으로 고혹적이었다. 공기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중국에서 공기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로 꼽힌다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호텔 앞 광장에서 가로등의 불빛 속에 라디오 음악에 맞춰 ‘건강댄스’에 심취해 있는 남녀인민들의 모습은 우리 일행의 발길을 붙들어 메지 않을 수 없었다. 30여년 전 시안(西安)에서 처음 이 모습을 보고 ‘사회주의국가의 체제유지 수단’으로 해석했던 기억을 이곳 타이안에서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이다

 

 

 * 이 글은 오수열 교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볼 수도 있습니다 

 

 

▲ 오수열 학장    

* 이 글을 쓴 오수열 교수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조선대학교에서 사회과학대학장기획실장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정년 퇴임하였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광주유학대학 학장, ()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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