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진주 쿠바 (12회)
쿠바에서의 테니스 / 이정재 박사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7/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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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에서의 테니스 서브   © 이정재


생각지 않은 일을 뜻하지 않게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일은 여행의 또 다른 맛일 것이다.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테니스'라고 할 수 있다.

 

근 몇 년간 테니스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 좋아하는 테니스를 치지 못하는 일은 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마치 알코올에 중독되거나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이 술이나 담배를 하지 못할 때 보이는 그 몸과 마음의 애달픔처럼 테니스를 하루 이틀도 아닌 수일에 걸쳐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간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쿠바 여행을 하면서 ‘혹시나 쿠바에서 테니스를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하여봤다. 그런데 세상일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상상하고 꿈을 꾸니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들린 이곳 쿠바의 ‘바라대로’라는 곳에서 테니스를 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는 이곳 바라대로의 동네를 둘러보다 테니스장을 만났다.

 

그곳에는 꽤 많은 사람이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레슨을 받고 있었다. 특히 레슨은 3-4명이 한꺼번에 받는 그룹 레슨이었는데, 한쪽 벽면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벽을 코트의 중앙에 세워 양쪽 벽을 이용하여 연습(일명 ‘벽치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코트장 안으로 들어섰다. 쿠바에서 흔치 않은 동양에서 온 사람이 들어와서인지 사람들이 하던 경기를 멈추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레슨을 하던 코치나 레슨생들도 뭔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는 바라보았다. 이럴 때 보통은 난감하고 멋쩍을 수 있으나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흔들고 씩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온 테니스 코치에게 인사를 하였고, 쿠바 여행 중이며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가능하다면 테니스를 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얼마든지 가능하며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었다. 가능한 시간은 내일 오후이며 사용 요금까지 알뜰하고 자세히도 알려주었다. 단순히 코트 사용료뿐만 아니라 신발이나 라켓의 대여에 따른 비용과 자신과의 게임을 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된다는 사실까지…. 얼마나 자상하고 자세히 안내하던지….

 

‘순진하고 순박한 줄만 알았더니 챙길 것은 다 챙기게 그려…. 내일 내가 그대가 요구하는 값을 지불하고 또한 댁도 그 값을 치르게 하리라!’

 

▲ 쿠바에서의 테니스  © 이정재


다음 날 오후에 약속된 시간에 찾아갔다. 그리고는 테니스 코치와 단식 게임을 하였다. 그런데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분이 명색이 코치로서 이곳에서 테니스를 지도하는데 그 실력이라는 게 좀 그랬다. 국내에서 이런 수준과 실력으로 테니스를 지도한다면 남아있는 레슨생이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아주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테니스의 여러 기술을 제대로 알고는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경기를 시작하였는데 처음 한 두 게임은 다소의 팽팽함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를 못 했다. 몇 차례의 탐색전과 난타전을 주고받고 나니 더 이상의 긴장감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게임이 거듭될수록 상대방의 거듭된 실책과 무리한 공격으로 게임이 일방적으로 끝날 판이었다. 이럴 때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일명 ‘도장 깨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 도장 깨기에도 나름의 룰(rule)이 있고, 예절이 있다. 남의 동네에서 실력을 겨룰 때는 그곳 상대방의 입장과 체면을 차려줘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이겨버리거나 지나친 공격으로 상처를 입게 하면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될뿐더러 자신에게도 화가 미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막판에는 게임을 조절하며 티 안 나게 져주고 마무리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고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게임의 조절 능력을 다하지 못해 결국 게임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이겨야 한다.’라는 마음을 버리자 공이 더 잘 맞고 아웃도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방의 실책이 속출하고 말았다.

 

아마도 상대방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마음이 앞서 무리한 공격을 거듭하다 스스로 무너진 꼴이 되었다. 경기에서 이기기도 어렵지만 지는 일은 더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번 게임이 그러했던 경우이다.

 

쿠바의 테니스 수준은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경험한 이곳의 테니스 경기장의 시설이나 경기 수준은 그리 높지는 못한 듯하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즐거움과 정서적 교류를 나누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 쿠바에서 테니스 코치와 함께     ©이정재

 

경기 후에 나는 이곳의 코치와 기념사진을 찍고 내가 가져온 여러 한국의 물건들을 아낌없이 선물로 주었다. 사실 적지 않은 물건들로 인해 여행 내내 짐스러운 물건들이 적지 않았던 터였는데 짐도 덜고 인심도 쓸 좋은 기회였다.

 

이곳 쿠바에서 바이크 투어에 이어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영광을 접하게 됨이 진실로 감사하다. 앞으로는 ‘바이크 타고 세계 일주’ 가 아닌 ‘바이크 타고 테니스 치며 세계 일주’로 주제를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정재 박사 프로필]

이정재 박사는 성산효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청소년전공2019년 문학 시선’ 에 상사화아리다’ 외 4편으로 신인문학상 수상과 시인으로 등단하였고같은 해 봄 샘터 문학에 아내의 졸업 외 1편이 당선되어 신인문학상 수상과 수필가로 등단했다.현재 인천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강화도 교동도의 섬마을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2021년 학생들의 글을 모아 우리 학급 온 책 읽기를 펴내었으며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를 꿈꾸고 있다저서로는 아리아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공저), ‘별을 보며 점을 치다.’(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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