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일본인, 이들에게 아베는 있는가(제18회)
바이크로 둘러보는 일본견문록 / 이정재 박사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1/09/09 [09:0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나는 바이크로 일본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시국이 엄중한 이때에 한가로이 관광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러모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일본을 견문하고 있는 중에 어느 시골 마을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본인을 만났다.

 

 

▲ 일본의 신사( 사진= 이정재)

 

 

오랜 바이크 운전으로 피곤과 졸음이 밀려와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바이크를 길가에 세우고 찾은 곳이 이곳이다.

 

 

▲ 토속 신을 모시는 일본의 신사( 사진=이정재)

 

 

이곳은 일본의 한 사로서 토속 신을 모시는 장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낭당 정도가 될 듯한데 이 신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신사의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여느 농촌마을에서 볼 수 있는 벼들이 자라고 있는 논들이 있고 뒤쪽으로는 제법 울창한 숲이 자리하고 있다.

 

  

▲ 곡선이 돋보이는 일본의 신사( 사진= 이정재)    

 

 

길가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 신사의 입구에는 일본 신사의 대표적 건축물인 "도리이"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꽤나 낡고 누추하게 보였다. 도리이는 일종의 출입문으로서 우리나라의 홍살문과 비슷하다. 

 

평소 일본의 건축물에 호기심이 많았고 특히 일본의 신사 건물의 이 "도리이"를 볼 때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강한 인상이 일본의 건축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해오던 터였다.

 

 

▲ 일본 건축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신사의 내부(사진= 이정재)

 

 

오래되고 낡은 이 신사의 곳곳을 둘러보며 일본 건축의 정교함과 섬세함, 그리고 경건함과 함께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보전하는 일본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물이 주는 감흥에 호응하는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은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 내가 만난 일본인 ( 사진= 이정재)



이 외딴 시골마을의 조용한 신사에서 제법 떠들썩한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들려와 그 내막이 자못 궁금하였다. 얼마 후 이 신사의 뜰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공놀이를 하는 줄 알았는데 삼촌과 조카란다. 초등학생인 조카의 어머니는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시고 삼촌은 가끔 이곳을 들려 조카와 놀아주곤 한단다.

 

순박하고 친절하며 예절 바르고 해맑은 느낌이었다. 

 

사실 일본, 특히 시골마을을 여행하다보면 그들에게서 갖게 되는 대체적인 인상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

 

 

▲ 일본인에게 받은 선물( 사진= 이정재)



이런저런 생각 중에 이 둘이 사라졌고 얼마 후 다시 등장했으며 이 둘의 손에는 무엇인가가 쥐어져 있었다. 나에게 전해줄 선물이라며 그들이 건넨 것은 일본의 오래된 동전 두 개와 현미로 만든 일본 국수 그리고 종이비행기였다.

 

인사도 없이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 둘의 행방이 묘연하여 궁금하였는데 이웃나라 한국에서 온 나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주기 위해 달려가서는 헐레벌떡 달려온 저 둘을 보며 내 어찌 저들에게 미움이나 원한을 가질 것이며 그러한 마음을 표출할 수 있겠는가!

 

곱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이 둘의 선물에 화답하기 위해 무엇을 건넬지를 한참 고민하고 물건을 찾았으나 딱히 마땅한 물건이 없었다.

 

마침 어깨가방을 뒤지다 우리나라의 동전이 있어 그 동전을 건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동전이 백 원짜리였다. 오백 원짜리 동전정도는 되어야 그나마 값도 있고 또 애매하지도 않았을 것을......

 

건넨 동전을 살피던 일본인 친구가 동전에 새겨진 인물을 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누구인지를 묻는다.

 

"고노히또와 다래데스까?"

 

"이순신 장군이란다."

 

"리슌신와 다래데스까?"

 

"몰러? 진짜 모르는 겨?"

 

"젠젠 와까리마센!"

 

"너들이 침략한 임진왜란 때, 바다에서 수백여척의 너희들 배를 까부신 조선수군의 명장이란다."

 

"소우데스까?"

 

"그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서로 조심하자!"

 

저들에게서 과거 왜군으로, 제국주의 일본으로 주변국들에게 저지른 수많은 만행을, 그 악의 씨앗이나 그림자를 찾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자신들의 과거를 인정하거나 참회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지난한 양국의 역사에서 늘 피해자였던 우리나라에게 경제보복을 감행하는 아베나 그의 무리들과의 어떤 연관성을 찾는 것 또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박한 저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이제 나의 의문은 저 선량한 일본의 백성들이 왜 부당한 전쟁범죄에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이끌려나가야 했는지, 또 누가 저들을 전쟁의 사지로 내몰았는지에 대한 원인과 배경이다.

 

 

 

[이정재 박사 프로필]

이정재 박사는 성산효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청소년전공2019년 문학 시선’ 에 상사화아리다’ 외 4편으로 신인문학상 수상과 시인으로 등단하였고같은 해 봄 샘터 문학에 아내의 졸업 외 1편이 당선되어 신인문학상 수상과 수필가로 등단했다.현재 인천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강화도 교동도의 섬마을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2021년 학생들의 글을 모아 우리 학급 온 책 읽기를 펴내었으며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를 꿈꾸고 있다저서로는 아리아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공저), ‘별을 보며 점을 치다.’(공저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메일로 보내기인쇄하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드타임즈

‘위대한 가이드’ 신현준X고규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