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탄에 녹아진 내 허리를 봐 [본문 시 중에서, 사진= 한상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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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하소연]
박하경
나, 나라를 참 여럿 품었지
한탄에 녹아진 내 허리를 봐
가장 아픈 나라가 내 허리 작살낸
지금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지
호랑이 상체를 토끼 다리로 떠받치고 견딘 지가 솔찬하지
칠십 년 훌쩍 넘어서는데 웬만하면 화해란걸 해봐
이산의 허기를 달래 줘야지, 안 그런가.
유독 이 땅은 왜 그리 피로 거름을 삼나
굽이마다 노랠 만들어 부르며
꾸역꾸역 한스럽다 한탄을 늘어놓을 건 또 뭐야
아리랑이 굽이진 물살을 타고 넘어
금강의 비경을 연모하고
설악의 비장으로 목울대를 풀어
이산의 넋이 길 잃었음을 애곡하니 마니
어이없는 청승질이냐고, 풀면 될걸
인생살이 칠십 년이면 모가지 주저앉고 등 굽어 주저앉지
다 닳아빠진 희망고문으로 이산의 아픔을 처먹고 배부른 배때지들을 봐
난 저들의 마음을 간병하느라 지쳤어. 어느 한때 사회주의에 발을 내밀었다가
안 되겠다 싶어 민주주의로 슬쩍 자릴 옮겼지
기묘한 역사의 뒤안길을 보듬고 미친 척 흐르고 있자니
이성이 선 채로 쓰러지고 자빠지면서 여적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역사의 키를 돌리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조마조마 진저리 넌더리 치면서
칠십 번의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보냈지
나 얼마나 더 흐르고 나서야
들먹들먹 일어서는 울음을, 설움을 그칠 수 있을까나
[秀重 박하경 시인 프로필]
출생: 전남 보성. 시인, 수필가. 소설가
한일신학교 상담심리학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경희사이버대학사회복지, 노인복지학 전공
월간모던포엠수필 등단(2004). 월간문학바탕 시등단(2007).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와경기광주문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 부회장, 지필문학 부회장, 미당문학 이사,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 자문위원. 제2회 잡지수기 대상 문광부장관상. 경기광주예술공로상, 현대문학사조 문학작가 대상(2024) 등
시집 : <꽃굿> <헛소리 같지 않은 뻘소리라고 누가 그래?> 소설집: <군남여사 나셨도다> 외 동인지 다수. (현)송운당하경서재(유튜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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