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가 가족으로 함께 사는 세상이 평화롭기를!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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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과 반려동물과의 동침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개를 키우는 사람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심지어 뱀을 키우거나 악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희귀동물을 반려자로 기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수의사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서재일 작가의 체험담을 소재로 한 『개로 살만해, 살기 힘들어』 연작을 읽으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속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존재하기에 언제나 인간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서재일 작가의 『개로 살만해, 살기 힘들어』를 읽다보면 생각에 균열이 일어난다.
어느 해 여름 동해안으로 날아가 해파랑길을 따라 삼척을 지나 동해쯤에서 몹시도 서두르며 반려견을 찾던 주인의 목소리를 따라가 유기견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매우 충격스러운 장면이었다.
반려견들의 꼴은 외견상으로 털 상태가 초췌한 상태인 반려견들과 아직 사람의 손을 탄 어여쁜 녀석들의 집합체였다.
누가 봐도 바닷가에 놀러 온 길에 버리고 감으로 반려견 지위에서 유기견 신세로 전락한 여러 종류의 개들이 올망졸망하다.
그러니까 작정한 반려견 주인들의 명백한 범죄행위가 저질러진, 가족을 유기한 범죄 현장이 바닷가가 되는 셈이다.
저 아이들은 결국 유기견 센타에서 포획해 갈 것이고 입양을 받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면치 못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이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부르는 시대다. 심지어는 호적에도 올려야 한다는 일간의 주장이 있는 것을 보면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묘수로 채택되는 수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재일 작가의 반려견에 관한 연작은 수의사로서 고객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반려견들의 입장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 매우 재미있는 연작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이 주체이고 다른 생명체는 모두 사람에게 부속된 매개체로 보는 현상이 깊다.
작가는 반려견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는 시각에서 썼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개로 살만한 개들과 힘든 삶을 이어가는 개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그 삶의 의미를 찾아보았으면 한다는 작가가 던지는 스무 편의 이야기는 슬그머니 웃게도 만들면서 애견의 입장에서 애견이란 과연 행복한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대한민국 모범 청년 엄친아로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는 청년 김달식이 푸들을 키우기로 하고 이름을 달봉이라 짓는다. 푸들은 명품종으로 아이큐가 40에 어릴 때 6개월 훈련학교를 졸업한 완벽한 반려견이다.
김달식의 40평대 아파트에서 사람처럼 살아가지만 달봉이가 행복한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주인은 잘 만나 잘먹고 잘살기에 봉 잡았다고 달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주었다.
달봉이가 최고로 좋아하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중에 멋진 여견 말티종 순심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달봉이와 순심이의 사랑이 주인들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는 큰 웃음을 준다.
열네 번째 편 『부잣집 개 VS 가난한 집』 개 편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유기견 센타에서 같은 학교 같은 반 아이들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한 아이의 집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이고 엄마는 강남에 있는 병원의 피부과 의사다.
매우 바쁜 환경 속에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왕식이가 애견을 원하자 유기견 센타에서 입양을 하게 된 것이다.
왕식이는 성격이 포학했다. 평상시 아빠는 좋은 말로 왕식이를 나무라고 타이르지만 왕식이는 아빠의 존재감이 안중에 없었다. 이런 부잣집에 온 말티즈의 이름은 똘똘이가 되었다.
똘똘이는 부잣집이 매우 불편했다. 똥이 마려워도 눌 곳이 없고 오줌이 마려워도 눌 곳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참다못해 기름기가 흐르는 것 같은 말간 대리석 바닥에 똥을 싸버리고 오줌을 누어버렸더니 부잣집 식구들은 난리가 났다.
똥개가 똥을 쌌다고 큰소리를 치고 푹신한 곳에 오줌을 누었더니 천만 원짜리 쇼파에 오줌을 쌌다고 난리가 났다.
왕식이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 좋아하는 과자도 던져준다. 똘똘이는 사료는 먹지 않고 왕식이가 주는 맛있는 것을 실컷 먹다가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하면서 구토를 한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많이 먹어서 급성장염에 걸렸고 초콜릿 중독에 걸리고 말았다. 어린 똘똘이는 병원에 입원했지만 간과 신장이 급성중독으로 손상되어 설사와 구토가 심해 탈진되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같은 유기견 센타에 있었지만 말티즈 한 마리는 유명한 부잣집 왕식이네로 갔고 또 다른 한 마리 말티즈는 할머니와 둘이서 변두리 조그마한 연립 지하 단칸방에서 기초생활 보조금을 받고 사는 민수에게 가게 되었다.
민수는 엄마 아빠를 교통사고도 동시에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철이 들었고 공부도 모범생이다.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다니고 민수는 할머니를 따라 함께 폐지 줍는 것을 도와주면서 가끔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 것이 행복하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자 할머니는 흔쾌히 허락하신다.
민수는 유기견 센타에서 입양해온 말티즈에게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민수네 사랑이는 민수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성견으로 자랐다. 민수가 교육하는 대로 간단한 몇 가지는 척척 알아듣고 귀여움을 받았다. 사랑이는 암컷이어서 생리를 하게 되었고 1년 후 교배시키기로 했다.
왕식이는 똘똘이가 죽어도 관심도 없었다. 똘똘이가 죽자마자 다시 강아지를 구했는데 이번에는 유기견이 아닌 200만 원을 주고 정식 분양을 받아서 6개월 훈련 코스를 밟았기에 말도 잘 알아들었다.
왕식이는 샤넬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어느 날 민수네 동네로 샤넬을 데리고 왔는데, 거기서 샤넬과 사랑이가…….
작가는 여기서 또 웃음을 던진다. 동물은 빈부격차를 모른다. 사람만이 빈부격차로 격을 달리한다고...
길들이려는 자와 길들여지는 대상의 관계는 비단 사람과 애완견에게만 있을까?
작가는 사람의 세상에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가를 화두로 던진다.
사람이 사는 세상과 개가 사는 세상, 그리고 사람과 개가 가족으로 함께 사는 세상이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