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산행 ]
오건민
하얀 눈이 쌓인 인수봉을 담으려고
새벽에 집을 나선다
첫차의 출발에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이
오늘의 복된 우리나라를 만들었으니 경의를 표한다
도선사 주차장에는 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분주함으로 생기가 넘친다
아이젠을 차고 단단히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른다.
눈 덮인 산은 은빛으로 발광하고
어둠 속을 헤치고 오르는 산길은
숨이 차오르며 하얀 입김이 앞을 가린다
앞에 가는 한 쌍의 젊은 커플은 서로 불빛을 비취 주며
산길을 오르고 난 그 불빛을 따라 오른다
하루재에서 발길을 영봉으로 향한다
오랜만의 눈길 산행에 힘듦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과 기대감으로 힘차게
발길을 내디딘다. 뽀드득뽀드득
아이젠 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드디어 영봉에 올라 눈 덮인 소나무 사이로
인수봉의 거대한 자태가 나를 황홀하게 반겨준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함을 전해 준다
불어오는 찬 바람에
살을 에듯 추워도
마음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이 맛에 겨울 산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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